타락의 길

짧은 생각 2009/10/19 17:33
예전에 들은 이야기

한 마을에 가난한 농부 한 명이 살고 있었어요
그 농부는 가난했지만 마음씨는 정말 착했답니다.

어느날 한 악마가 그 농부를 봤어요.
악마는 농부를 타락시키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농부를 몰래 괴롭히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은 농부가 저녁에 먹으려고 집에 둔 빵을 몰래 가져가기까지 했어요.

하지만 농부는 정말로 착했어요.
그래서 집에 와서 빵이 없어진 걸 알고도
'나보다 더 배고픈 사람이 가져갔나보다.' 하고 말했답니다.

그걸 본 악마는 너무 화가 났어요.
'아나 저 씹새끼 저정도로 했으면 꼴받아서 지도 도둑질 하든가 아니면 도둑을 찾든가 할만도 한데 존나 착한척하네'

그래서 그 악마는 악마대장을 찾아갔어요.
그리고 악마대장에게 여차저차 사정을 이야기했어요.
악마의 이야기를 들은 악마대장은 이렇게 말했지요.
"시련을 주어서 사람의 마음을 타락시키려 하는 것은 하수의 방법이다.
내가 어떻게 하는 지 잘 보거라."

악마대장은 그 농부를 찾아갔어요.
그리곤 그 농부에게 큼지막한 행운들을 가져다주기 시작했어요.
어이쿠 농사가 풍년이네
어이쿠 빵집에 어여쁜 아가씨가 새로 일하기 시작했네
어이쿠 내 논밭이 있는 곳이 재개발 예정지역이라 땅값이 올라가네

이렇게 농부는 부자가 되어갔답니다.
하지만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이었어요.

뭐, 처음엔 모든 게 다 잘될것 같았죠.
풍년 기념으로 마을 사람들과 잔치도 하고
예쁜 빵집 아가씨와 연애도 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풀고 적선도 하며
존나 착하게 살았어요.

헌데, 사람이란 존재가 알고보면 참 간사해요.
처음에는 가난한 농부들은 착한 농부의 도움을 받고 정말 고마워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 도움을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한거에요.
'같은 마을 사람끼리 서로 돕고 사는거지 뭘~'
'우리가 남이여? 까짓거 올해도 좀만 보태주라'
이러면서 슬슬 착한 농부에게 빈대붙으려고 하는 거에요.
착한 농부도 처음엔 그래그래 하면서 도와줬는데
보자보자 하니까 이놈들이 '어차피 농사 좀 망해도 착한 농부가 도와줄텐데 뭘'
하면서 대충대충 하는거에요.

참다참다 어느 날 착한 농부는 빈대 농부들한테 한마디 했어요.
'너희들이 농사가 잘 안되는 건 내가 도와줄 수 있지만, 너희들이 일부러 일을 안 한 경우에는 내가 도와줄 이유가 없다. 그건 너희들에게도 안좋고, 열심히 일 한 사람들도 기운빠지게 한다.' 이런 식으로요.
그 말을 듣고 빈대들은 반성하기는 커녕
'저새끼 돈 좀 벌더니 사람이 변했어'
'있는 놈이 더한다더니 그까짓거 도와주기 싫어서 저런다냐'
이러면서 나쁜 소문을 퍼트리는 거에요.

그런가 하면 이제 착한 농부의 여자친구, 우리 빵집 아가씨 이야기를 해봅시다.
이 아가씨도 처음엔 참 순수했죠.
멀리서 농부가 다가오는 모습만 봐도 가슴이 콩닥거리고
농부가 건네준 장미 한송이에 얼굴이 장미보다도 더 빨개지고
그래요, 이 아가씨도 처음엔 농부의 돈 보다 정말로 농부의 마음이 더 좋았답니다.
처음엔.

하지만 착하고 순진하기만 한 농부의 선물세례에 그녀도 점점 무감각해져가고
어느 날 농부의 일 떄문에 농부와 함께 처음으로 도시에 가보고는 깜짝 놀랍니다.
아니, 그 촌구석 마을에서는 우리 농부가 세상 제일의 남자같았는데
여기에 와보니 와우! 댄디가이들로 가득차있잖아!
그때부터 빵집 아가씨 눈에는 농부가 너무 촌스러워보이고, 농부의 착한 행동들도 다 바보같이 보이기 시작했답니다.
그러다가 도시에서 만난 댄디가이 #14와 눈이 맞아 농부를 떠나버리게 됩니다.
뒷동산에서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영원히 함께 하겠다'던 약속은 어디로 가고.
'씨발년' 농부는 생각했습니다.

more..



한편, 농부는 집에 돌아와서 생각하죠.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이전에는 모든 사람을 웃으며 대했고, 모든 사람도 웃음으로 나를 반겼는데
왜 지금은 모두 나에게서 등을 돌리게 된걸까
진정한 이웃들이라 생각했던 이들은 다 떠나고
빈대, 벼룩, 거머리같은 자들만 들러붙은걸까.
'개새끼들' 농부는 생각했습니다.

그래, 이게 다 그 '행운' 때문이구나.
잠시의 풍년, 그로 인한 부. 거기서 모든 불행이 시작되었구나.
행운은 항상 불행을 데리고 다니는걸까
아니면 이 모두 다 인간 본성의 문제일까
아니다, 다 상관없구나, 어차피 일은 이렇게 된거
떠나자.
이 지긋지긋하고 더러운 곳을 떠나버리자.
어차피 이곳에서 행복을 찾는 건 더이상은 무의미한 일일테니.


그 다음날, 농부는 아무도 모르게 마을을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오 시발 식상한 결말.
그가 어디로 갔는지는 추측만이 있을 뿐.
도시로 가서 댄디가이 #22가 되었다는 말도 있고
다른 시골마을로 가서 농사 짓다가 텃세를 못이겨내고 다시 떠나 방황한다는 소문도 있고
악마대장을 찾아가 십자가에 못박아 죽여 복수했다는 말도 있지만, 다 소문이지요.

행운을 조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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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가난한 농부가 돈 맛을 본 후 욕심때문에 타락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쓰다보니 꼬였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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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9 17:33 2009/10/1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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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용준 2009/10/20 05:49  address  modify  write

    오 이거 니가 다시 쓴 거??
    대단한데 쫄깃한 이야기꾼이구나 ㅋ

    • rakhazel 2009/10/20 09:26  address  midify

      쫄깃하다라.. 기분이 묘한데?ㅋㅋ

  2. 2009/10/22 22:52  address  modify  write

    언젠 귀엽다며 시발년아

    이런건가요..

    • rakhazel 2009/10/22 22:56  address  midify

      글쎄다
      메인 포인트는 아니지만 뭐 그런거도..

  3. 허눈빛 2009/10/26 17:15  address  modify  write

    이새키 요새 돌았나

  4. Dish 2009/10/28 00:53  address  modify  write

    뭐지

    너라는 유기체가 이정도 레벨의 생각을 할 수 있는 존재였다니 놀랍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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